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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설영화보따리

길 동무 (1) === 이정화

 

 

  

 길동무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정화(젤뚜르다)

 

바람이 몹시 불던 날 미란은 잠깐 호흡을 가다 듬은 뒤 집을 나섰다.

무척이나  변덕스러운 날씨다. 날씨가 제 멋대로인지 일기예보가 오보인지

분간이 안 설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.

 

그러기는 미란도 마찬가지,,,. 자기가 지금 어디로 갈지 왜 또 무엇을 할런지

아무것도 확언 할 수도 없고, 


단지 어떤 힘에 이끌려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을

느낄 뿐이다.

그냥 그렇게 무턱대고 집을 나섰다.

 

예날 친구를 찾아 볼 생각이다.

거기가 당고개 인가 ?!,,. 용산역 어디쯤 이라는데,,,.

 

때때로 인생은 날씨와 같아서 흐렸다가 개었다 한다.

그러나 미란의 인생은 늘 폭풍을 일으키며 수직 상승 하곤 했다.

정은을 만난 곳은 찬바람불던 늦은 가을날,

학교 벤취에서였다.

 

그녀는 울고 있었다.아주 소담스럽게,,,

그러나 거기에는 눈물이 보였고 탄식과 비통함이 어렸었다.

왜 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. 단지 미란과 닮은 듯한

그 울음 속애는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.

 

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데, 놀랍게도 그녀는

무척이나 당돌하게 자기를 왜 쳐다보느냐고 대들 듯이 물었다.

순간 미란은 이것이 실례인 줄 몰랐다고 더듬거리며 말했던 것 같다.

 

그러자 그녀는 왜 그렇게 자기를 빤히 쳐다보냐고 노기띤 얼굴로 또 물었다.

할 말이 없었다.

궁색한 변명 같지만 그냥 쳐다 보았노라고  얼버무렸다.

그러면서 속으로 꽤나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과

쳐다 본것도 죄가 되나 싶어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

꾹 참고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하길 바란다고 다시한번 고개를 숙이며

말했다. 그것이 시작이었다.

그녀와의 첫 만남,,,,,

 

그녀는 미랑이 그녀(정은)에게 꽤나 관심이 있어 쳐다본 줄 알았지만

실제로는 정은의 미란에 대한 관심이 더 컷었던 것 같다.

나중에 들으니 정은은 입학한 첫 날부터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해 보이는 미란을

깨나 관심있게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.

 

그렇게 말문이 트인 그들은 급속도로 가까와 졌다.

4년 내내 같이 붙어 다녔다. 더딜가든 정은은 미란과 함께 였으며,

미란은 또 그런 정인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.

 

정은은 미란에게 또다른 삶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.

종교라는 광역속에 무방비 상태로 발을 디딘 미란은

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앙이었고 믿음 이었다.

 

정은은 많은 신앙서적을 읽었고, 그들은 참 많은

이야기를 밤 늦도록 나누었고, 주제는 늘 하느님이었다.

교회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, 늘 한결같은 고민에

시달렸다.

 

그것은 성소(  ) 였다

그녀에게 성소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.

정은의 부모님은 그런 그녀가 수도자의 길을 갈 것인가 말것인가의

여부에 대해 일언반구의 말도 없었다.

 

즉  찬성도 반대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.

 

 

 

 

 

(이후계속 이어짐)